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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만 잘 키워 잘 팔아도 부자 2015-09-30

’나무가 돈이다’ 저자 박세범 트리디비 이사/윤예나 기자
“나무는 잘 키우면 돈이 됩니다. 하지만 무작정 땅에 나무만 심는다고 돈이 되는 건 아닙니다. 몇 년 뒤에 어떻게 팔 것인지, 판로(販路)에 대한 고민을 먼저 해야 합니다.”

신간 ‘나무가 돈이다’(트리디비 아카데미)의 저자 박세범(42) 트리디비 이사는 “아무리 잘 키운 나무라도 잘 팔아야 돈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박 이사는 2001년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온라인 나무 직거래 사이트 트리디비(treedb.co.kr)를 창설한 ‘선구자’다. 지금도 십 년 넘게 관리자 역할을 맡고 있다.

그는 “수많은 조경수(造景樹) 생산지를 오가고 농장주를 만나면서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유통 과정’을 잘 알지 못해 실패를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했다. 돈이 된다는 소리에 무작정 나무만 심어 놓고 정작 잘 파는 방법은 모르는 사람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책을 쓰기 시작했다. 부제가 ‘조경수 판매 전략’이다. 나무 잘 키우는 방법보다, 어떻게 하면 ‘잘 팔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췄다.

박 이사는 지난달 19일 인터뷰 내내 “심을 나무를 고를 때부터 팔 시점에 어떤 나무가 인기일지, 누구에게 어떤 방법으로 팔 수 있을지 염두에 두고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본적인 지식을 갖추고 다가가면 나무 역시 매력적인 재테크 수단이라는 설명이다.

-책 제목을 ‘나무가 돈이다’라고 붙였다. 무슨 뜻인가?

나무는 우리에게 너무 흔한 식물이다. 산에도 있고, 거리에도 있고, 어디서나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그게 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잘 못한다. 또 많은 사람이 나무의 판로가 어떤지 상상을 못한다.

하지만 잘만 하면 나무는 돈이 되는 사업이다. 무엇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수익률도 높다. 예를 들어 어린 느티나무를 4000원 정도에 사 와서 키우면 4, 5년 뒤에 12만원에 팔 수 있다.

-이런 책까지 낸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나무 생산을 시도하고, 판매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가서 보면, 사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이 없다. 나무 생산 과정만 해도 정확한 기법과 과정을 공부한 게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하는 분이 많다. 그렇게 키운 나무는 상품 가치도 떨어진다.

더 큰 문제는, 이 사람들이 어떻게 나무를 판매할지에 대해선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작정 나무만 심어 놓으면 누구라도 사겠지 하는 생각이다. 그렇게 사업하면 큰일 난다. 이런 분들을 보면서 조경수 산업에 대해 전반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생각했던 시리즈는 농장 조성, 농장 관리, 그리고 판매 이런 순서로 나간다. 그런데 판매에 대한 개념이 너무 부족해서, 우선 판매에 관한 책을 먼저 내야겠다는 방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

덕수궁 중화전 옆 살구나무, 아파트 단지 안 쉼터를 만드는 나무와 시설물 등이 모두 ‘조경’에 속한다.
-조경수라는 것은 뭔가?

바깥에 보이는 저 왕벚나무, 여기 가로수들, 식재(植栽)된 나무 자체가 조경(造景)이다. 아파트 단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꽃이나 나무 등으로 조경 시설을 꾸며 놨다. 조경에는 (나무뿐만 아니라) 시설물까지 포함된다. 태평로 쪽에 가 보면 세종대왕 상부터 이순신 장군상 조형물까지 전부 조경이다. 우리가 건물이나 공간의 내부를 디자인하는 것을 인테리어(interior)라고 하는데, 바깥 디자인 개념, 즉 아웃테리어(outerior)라고 생각하면 된다.

조경의 주요 소재가 되는 것이 바로 조경수(造景樹)다. 예를 들어 어린이 공원에 미끄럼틀, 벤치까지 여러 시설물이 있는데,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게 조경수다. 나는 그 조경수를 중간에서 유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조경수 사업은 어떤 사람들이 하면 좋은가?

일단 출발이 유리한 사람은 땅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집안 땅이 있는데 마땅히 활용할 방도를 찾지 못해서 세금만 내고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현재 본업이 있으면서 부업을 하고자 하는 사람, 혹은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사람에게도 추천할만한 사업이다.

현재 나무 사업을 하는 사람들은 40대부터 60대 사이가 많다. 40대인 사람들은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 50대와 60대는 은퇴 후 수익을 안정적으로 내기 위해서 사업을 하곤 한다. 귀농, 귀촌한 사람들도 많이 하는 사업이다.

-부업으로 적합하다고 했는데, 이유는?

나무 농사라는 게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지 않는다. 지름 3센티미터 정도 되는 중간묘(苗)를 예로 들겠다. 이 나무를 5년만 키우면 직경 12센티미터 이상의 성목으로 자란다. 그런데 이렇게 키우는 동안 일 년에 많아야 5번 정도 손이 간다. 제초 작업 연 2~3번, 병충해 작업 1번, 장마 기간 즈음에 배수로 정비 1번 정도? 그러니 굳이 일 년 내내 농장에 매달려 있을 필요가 없다. 판로만 제대로 뚫려 있다면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귀농한 도시인에게도 권할 만하다. 농사에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라면 무작정 귀농해서는 농사를 짓고 살기가 어렵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손이 덜 가는 나무 사업은 도시에서 평생 지내다 온 사람에게 부담이 적다.

-나무를 키우기 좋은 땅이나 지역은 어떤 곳인가?

나무 종류가 워낙 다양하다 보니 전국에서 다 키울 수 있다. 다만 지역에 맞는 종류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 강원도에서는 전나무와 소나무 같은 침엽수가 잘 자란다. 남부로 가보면 남부수종이라고 해서 배롱나무(백일홍나무), 금목서, 은목서 등이 적합하다.

가장 중요한 건 지역의 특성에 맞는 나무를 심어야 한다는 거다. 일산이나 파주 근처에 제주도 종려나무 심으면 얼어죽지 않겠나.

다만 이런 건 있다. 추운 지역에서 잘 자라는 나무들이 어딜 가나 살아남을 확률이 크다. 소나무를 보자면 이북이나 중부지방이 원산지인 나무를 남부지방에 심으면 살아남지만, 남부지방에 사는 나무를 중부나 이북에 심으면 얼어 죽는다.

-보다 구체적으로 땅의 어떤 점을 따져봐야 하나?

큰 산에 가려서 그늘이 너무 지는 건 아닌지, 수분이 너무 많은 땅은 아닌지 등 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에 적합한 땅인지 살펴야 한다. 만약 수분 공급이 잘 안되는 땅이라면 설비 투자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할 거다.

이런 식으로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짜 사업을 하고자 한다면 자동차가 지나갈 수 있는 땅이어야 한다. 나무를 실어 날라야 하니까 반드시 진입로가 필요하다.

-나무 사업에 필요한 요건이나 자격은 따로 없나?

그런 건 전혀 없다. 땅에 나무만 심을 수 있으면 된다.

-사업 비용 중에 돈이 가장 많이 드는 부분은?

땅 사는 데에 가장 돈이 많이 든다고 해야 할 거다. 그렇다고 해서 굳이 나무 사업만을 위해 땅을 사는 건 권하지 않는다. 요즘 노는 땅이 많아서 그런 땅을 빌려서 심어도 된다. 나도 지방에 자주 다니는 편인데 휴경지로 둔 땅이 아주 많다. 유산으로 받긴 받았는데 활용할 방법을 몰라서 그냥 세금만 낸다. 인터넷을 통해 찾거나 돌아다니며 찾거나 그런 정보를 잘 찾아 땅을 구하는 게 좋다.

임대료는 지방에서 보통 평당 1000원, 1500원 정도인 것으로 안다. 1000평을 임대하면 연 100만원 정도 내는 거다. 보통 임대 계약은 3년 단위로 하는데, 나무를 5년 정도 기르니 두 번 계약한다고 보면 된다.

다음으로 돈이 많이 드는 건 묘목값이다. 어떤 나무를 심을지는 자신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또 이 묘목을 심는 데에 들어가는 인건비를 감안해야 한다. 이건 초보자가 할 수 없고, 식재 전문가가 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 외에 배수관 설치 같은 부가 작업에 추가 비용이 많이 들진 않나?

어떤 땅이냐에 따라 다른데, 당연히 배수로 등 기본 설비를 갖춰야 하지만 그 공사에 그렇게 돈이 많이 들진 않는다. 결국 묘목값, 식재 관련 인건비가 많이 든다.

-재테크를 목적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중간묘에서 성목으로 키우는 방식을 추천한다고 했다. 이유는?

나무는 키우는 여러 단계에서 판매할 수 있다. 씨앗인 종자를 발아해 유목으로 키워 팔거나, 유목에서 중간묘로 키워 팔고, 중간묘에서 성목으로 키워 팔고. 그런데 나무가 어릴수록 손이 많이 간다. 특히 씨앗을 발아해 유목으로 키우려면 자주 봐야 하고, 신경도 많이 써야 한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적은 노력을 들여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자 하는 재테크족, 부업으로 나무 사업을 하는 사람에겐 권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장 손이 적게 가는 단계, 즉 중간묘를 사서 키워 성목으로 파는 걸 추천한다. 앞에서도 예를 들었는데, 지름 3센티미터 정도의 중간묘를 사서 심으면 1년에 4, 5차례 정도만 돌보면 된다. 큰 병충해나 재해가 없다면 실패할 확률도 낮다.
-투자 수익률로 보면 어떤가?

사실 단순히 돈으로만 따지면 종자 단계에서 키우는 게 가장 수익률은 좋다. 종자 가격은 거의 무료에서 1원 정도로 돈이 거의 들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키우는 단계에서 들이는 노력과 비용을 생각해 보면 중간묘에서 성목 단계로 키우는 게 좋다는 얘기다. 느티나무를 예로 들면 중간묘 가격이 대략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인데 5년 동안 성목으로 키우면 12만원에서 15만원에 팔 수 있다.

이팝나무/조선 DB
-나무도 인기 품종이 따로 있나? 요즘 뜨는 나무는 어떤 건가?

주로 가로수 종류들이 많이 팔린다. 우리가 흔히 보는 느티나무, 왕벚나무, 이팝나무, 은행나무, 메타세쿼이아 등이다.

2014년 기준으로 보면 같은 규격 나무 가운데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나무가 이팝나무다. 느티나무는 꾸준하게 일정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반면 한동안 비싸게 팔렸던 왕벚나무는 최근 값이 떨어졌다.

결국 주식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예전 왕벚나무 인기가 좋을 때엔 사람들이 너도나도 왕벚나무 묘목을 심었다. 그런데 이제 이 나무가 자라고 보니, 왕벚나무 기른 사람이 너무 많은 거다. 결국 과잉 공급이 일어나 값이 내려갔다.

반대로 같은 시기, 이팝나무는 인기가 많지 않았다. 그러니 당시 묘목을 심은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었는데, 성목이 되어 팔 때가 되고 보니 이팝나무는 공급이 적다. 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는 거다. 나무를 투자 목적으로 심을 때에는 이런 흐름을 잘 읽어내야 한다. 묘목상에 다니거나 옥천 나무축제 등 나무 시장이 열리는 곳을 찾아가 실제 모습을 봐야 한다.
있는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에는 10억원짜리 느티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나무는 어떤 건가?

소나무 같은 경우, 우리 정서에 잘 맞아서 인기 있는 것 같다. 한국인 대부분이 소나무에 향수와 애착이 있다. 그런데 이 소나무는 그냥 키울 때 자란 모양과 조형을 해서 키운 모양새가 다르다. 만약 산에서 40년, 50년 자란 소나무를 구해 어느 정도 조형을 해서 팔면 비싸게 팔린다. 이런 나무는 '특수목'이라고 하는데, 조달청에 나뭇값이 공시되지 않는다. 결국 부르는 게 값이란 소리다.

그러니 지금 서초동 대검찰청에 있는 'YS 소나무'는 현재 가치가 억대에 달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고급 아파트 단지에 수천만원짜리 나무를 심기도 한다. 반포에 있는 래미안퍼스티지 아파트에는 10억원짜리 느티나무가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

서초동 대검찰청에 김영삼 전 대통령이 식수한 ‘YS소나무’
-시장에서 잘 팔리는 나무로 키우려면?

초보자들이 하는 실수 가운데 한 가지가 목표 규격을 생각하지 않은 채 나무를 심는 거다. 어느 정도 굵기와 높이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나무를 심는 단계에서부터 그걸 살펴 간격을 둬야 한다. 조경수의 생명은 '조형미'에 있다. 나무가 이상하게 생기거나, 썩었다거나 하면 가치가 없는 거다.

보통 목표규격에 맞춰 나무를 심은 간격을 '정식간격'이라 말한다. 이 간격이 너무 좁으면 나무가 자라다가 서로 맞닿는다. 가지가 휘게 된다. 이런 걸 밀식이라고 한다. 밀식은 조경수로서의 가치가 없다. 이 점을 생각하지 못해서 다 키우고도 팔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헐값에 통으로 목재회사에 넘기거나 하게 되는 거다. 열심히 키워서 남 좋은 일 하는 꼴이다.

-그런 경우 조금이라도 손해를 줄일 방도가 없나?

나무가 자라는 걸 지켜보다가 생각보다 너무 커져 밀식됐다 싶으면, 중간에 있는 나무를 솎아서 팔아야 한다. 그러면 남은 나무 사이의 간격도 넓어진다. 이런 점도 판매할 방법을 몰라 눈 뜨고 손해 보는 경우가 있어 안타깝다. 혹시 여유 있는 땅이 더 있다면 나무 일부를 옮겨 심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집에서 키우던 나무도 팔 수 있나?

이런 질문을 많이 하는데, 주택의 나무는 팔기 어렵다. 관리를 했다 하더라도 그 주택에 맞춰 관리했기 때문이다. 또 보통 판매를 위한 나무는 가식(종자나 모종을 제 자리에 심을 때까지 임시로 심는 일)을 한다. 나중에 옮겨 심기 쉽도록 원뿌리와 큰 겉뿌리만 남기는 '뿌리 돌리기'를 해서 키우는 거다. 반면에 주택에서 키우는 나무는 이런 식으로 심지 않는다. 잔뿌리가 끄트머리까지 가 있으면 수분과 영양분을 빼앗기기 때문에 옮겨 심은 뒤 살아날 가능성이 작다.

-그럼 선산(先山)의 나무를 내다 파는 것도 어렵나?

산에 있는 나무는 나무마다 특징이 좀 다르다. 뿌리 관리가 매우 중요한 나무가 있고, 그게 아닌 나무도 있다. 느티나무는 비교적 뿌리 관리를 덜 해도 괜찮은 편이다. 또 최근엔 기술이 좋아져서 산에서 바로 옮겨 심더라도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보통 산에서 바로 가져오는 나무를 산채송, 산채목이라 하는데 요즘은 이런 나무도 식재를 많이 하는 편이다.

-국내 조경수 산업 규모와 현황은?

조경 식재 공사와 시설물 공사를 합쳐서 ‘조경산업’이라 한다. 2010년 기준으로 조경산업 규모가 3조5000억원 정도였다. 이 가운데 식재공사 분야가 약 2조1000억원이었다. 보통 조경수 유통 산업의 규모는 식재공사 규모의 50% 정도로 본다.

그러면 조경수 유통 산업의 조경수 산업의 규모는 대략 1조원 가량 된다고 보면 된다. 다만 요즘은 2010년에 비해 건설 경기가 안 좋아진 편이어서 그 점은 감안해야 한다.

곧게 뻗은 모양 덕분에 가로수로 인기 높은 메타세쿼이아
-책을 보면 국내 조경수 산업이 2008년 정점을 찍고, 이제 하락 국면이라고 했는데.

예전엔 조경수로 돈 버는 사람이 많았다. 나무 팔아서 강남에 빌딩 살 정도로 돈을 벌었다. 구체적인 예를 들자면 86아시안게임, 88올림픽 등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 유치 때 조경수 수요가 대폭 늘어났다. 공원도 조성하고, 선수촌 아파트도 짓고 여러가지로 필요한 게 많았으니까. 이 때는 이 산업을 아는 소수의 사람들만 나무 거래에 관여했다. 그러다보니 나무 공급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뒤로 조경 산업 규모가 점점 커졌다. 강남지역 재개발, 위성도시 건설 등 아파트 단지에서 수요가 늘었다. 2002년 월드컵, 신도시 개발 등이 진행되면서 점점 더 비싼 나무와 큰 나무 수요가 늘어났다. 한 마디로 사람들의 눈높이와 질적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높아지면서 조경 산업 규모가 확대됐고, 그 재료인 조경수의 가치도 높아진 거다.

최근 들어 값이 떨어진 것은 공급 과잉 때문이다. 한동안 나무 팔면 돈이 된다고 하니 여러 사람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땅 있는 사람들이 계획 없이 무작정 나무를 심은 거다. 책을 보면 통계가 나오는데, 부업으로 나무 사업을 시작한 사람의 비율이 2005년 2010년까지 5년 사이 두 배 정도(6577임가에서 1만518임가) 늘었다. 나무 생산량이 늘어난 게 당연하다.

2008년 나무 생산량이 5200만본(本, 나무의 단위)이었는데 2009년에는 8200만본으로 37% 늘었다. 그러다 보니 문제가 생겼다. 공급 과잉이 되면서 값이 내린 데다, 아마추어가 키우다 보니 상품 질도 낮아졌다. 결국 가격이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거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2013년은 건설산업은 물론 조경 전문 업체들에게도 가장 힘든 시기였다. 조경 유통 회사들도 여럿 무너졌다. 고추 농사 열심히 하다가 “나무가 돈이 된다던데?” 하면서 휩쓸려 나무를 심고, 그러다 이런 사람들이 다 같이 무너지게 된 거다. 나무값이 ‘똥값’이 됐었다. 2014년 정부에서 다시 건설 투자 등에 활기를 불어넣으려 했는데 세월호 사태가 터져 국가 전반적으로 경기가 침체됐다. 그래도 작년 말부터 현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고, 경제부총리가 바뀐 뒤 부동산 정책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래서 건설 경기도 이제 조금씩 살아나고 있고, 조경수 산업도 어느 정도 교통 정리가 되고 있다.

요약하자면, 난립해있던 조경 건설, 조경수 시장이 어느 정도 교통 정리가 마무리된 상황이다. 그리고 지금 정부의 경기부양책, 건설 산업의 호재 덕분에 이제 좋아지는 시기를 맞게 된 거다. 조경수 시장의 경기는 건설 시장과 함께 간다고 보면 된다.

-우리나라 조경 산업은 외국과 비교하면 어떤가?

기술로 보면, 그러니까 건설기술, 토목기술, 조경기술은 세계 1위다. 지금도 싱가포르를 비롯한 외국에서 활약하는 후배들이 많다. 그러나 조경수 생산에는 후진국이다.

말레이시아, 일본, 중국은 땅도 크고 시설도 다양하다. 설비 투자도 적극적으로 해서 선진화된 장비를 도입하는데 우리는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 조경 산업의 발목을 잡는 건 바로 유통 구조다. 아까 말했듯,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 때 나무가 돈이 된다고 해서 땅 있는 사람들이 나무를 많이 키웠다. 이 나무를 땅이 없는 중간 상인이 헐값에 사왔다. 시장 사정을 잘 모르는 나이 지긋한 분 땅에 가서 100만원 짜리 나무를 10만원에 사 온다거나 하는 병폐가 많았다.

결국 생산자들이 의욕을 잃었다. 돈이 된다고 해서 열심히 나무를 키웠는데, 중간 유통 상인들이 너무 싼 값에 떼어가니까. 전국적으로 조경수 생산 분야의 발전도 미약했다. 이게 결정적인 이유였다고 본다.

-처음부터 나무 사업을 했나? 돈은 많이 벌었나?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웃음) 직접 나무를 팔기도 하고 농장도 운영한다. 필요한 분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위탁하는 방식으로 판매도 했고. 구체적인 숫자를 말하긴 어렵다. 내가 직접 나무를 생산한 건 많지 않았고, 주로 우리 집안 농장 등을 운영했다. 나무 생산을 통해 올린 매출만 따지면, 나무를 5년 정도 키워서 대강 투자금액 대비 열 배 정도의 수익을 올렸다.

-현재 운영하는 ‘트리디비’에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나?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고 직거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제공한다. 나무를 사려는 사람, 판매하려는 사람들이 정보를 공유하고 거래할 수 있다.

-온라인 나무 직거래 사이트로는 최초라고 썼다. 그전엔 어떻게 거래했나?

온라인 직거래 유통망은 트리디비가 최초였다. 그 전까지 나무 판매는 알음알음으로 이뤄졌다. 나무 농장 갖고 있는 사람의 마케팅이라는 게 플래카드가 전부였다. 그러면 중간 상인(업계 용어로는 ‘나까마’라고 한다)이 지나가다 보고 “이 나무 제가 사겠습니다”하고 흥정에 들어간다. 중간 상인 가운데 나무 값을 후려치는 사람이 많았다. 그나마 운 좋은 사람은 조경 회사와 직접 연결이 되면서 직거래가 이뤄졌다.

-국내에 트리디비 같은 온라인 나무 직거래 사이트는 얼마나 되나?

70여개 정도로 파악하고 있다. 그중에서 트리디비가 가장 오래됐고, 회원 수도 많다. 등록 회원은 1만5000명, 평균 방문자는 일 3000명 정도다. 식재가 활발한 봄, 가을엔 일일 방문자가 5000명을 넘기도 한다.

-나무를 사들이는 사람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최종 구매자는 결국 조경 회사다. 그 앞에 중간 상인이 있는데, 중간 상인끼리 연결해주는 또 다른 업자들이 있고 하면서 유통망이 복잡해졌다.

-온라인 유통 과정을 줄이고 싶다고 했다. 사이트에서는 중간 상인 없이 최종 구매자와 직접 연결할 수 있나?

내가 가장 원하는 건 조경회사가 구매자에게 바로 물건을 사는 거다. 그러나 늘 그렇게 이뤄질 순 없다. 조경회사의 인원이 그렇게 많지 않다. 연 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는 회사의 정직원 수가 10명 내외 정도다. 이런 회사가 필요로 하는 나무는 적게는 열 종류에서 많게는 수십 종류가 된다. 이 정도 인원으로는 일일이 나무의 질을 살펴보고 가격을 매기고 하기가 버겁다.

그래서 조경회사들은 신뢰할만한 중간 상인을 납품업체로 정한다. 수수료를 얹어주더라도 나무 질을 판별하는 작업을 믿을만한 사람에게 맡겨 일을 더는 거다. 그래서 납품업체에서 우리 사이트에 등록된 나무를 평가해서 사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으로 조경수 재테크를 꿈꾸는 사람에게 조언한다면?

주변을 보면 의외로 땅을 마냥 갖고만 있는 사람이 많다. 서울이나 수도권에 있는 땅은 비싸지만 지방의 임야는 땅값에 대한 개념이 별로 없을 정도로 낮다. 그렇지만 이런 땅도 결국 재산이고, 세금을 내야 한다. 갖고 있는 땅에 직접 농사를 지으면 자경(自耕)이라고 해서 세금도 면제된다. 지금 놀고 있는 땅에 튼튼하고 잘 자라는 나무를 심어두면 세금도 절감하고, 몇 년 뒤에는 수익도 낼 수 있다. 재테크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늘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길 바란다.

◆ 나무 잘 사고파는 요령

-나무 심을 땅은 경제적으로 구해라.
나무를 키우겠다는 목적만으로 땅을 어렵게 살 필요는 없다. 집안에서 상속 받은 채 세금만 내고 놀리는 땅, 지방의 휴경지 등을 찾아보면 의외로 쉽게 구할 수 있다.

-지금 인기 많은 나무보다 5년 후를 바라봐라.
지금 높은 가격에 거래되는 나무에 현혹되기 쉽다. 그러나 이런 나무는 나무를 팔 시점인 5년 후엔 공급 과잉으로 값이 내릴 가능성이 크다. 내가 나무를 팔 시점에 값이 오를 나무가 무엇인지 읽어내야 한다.

-땅에 맞는 나무를 키워라.
무작정 돈 되는 나무만 키우면 큰코다친다. 나무 농장의 기후 조건에 맞는 나무를 골라라. 특히 남부에서 잘 자라는 나무를 중부나 북부에서 키우면 얼어 죽을 가능성이 높다. 중부, 북부 지역은 침엽수가 잘 자라고 남부 지역에선 배롱나무 등의 적합한 수종이 있다.

-재테크가 목적이라면 중간묘를 사서 성목으로 키워라.
지름 3센티미터 정도의 중간묘는 5년 동안 기르면 지름 12센티미터 정도의 성목으로 자란다. 나무를 키우는 과정 중 이 때가 가장 손이 적게 가는 시기다. 1년에 4, 5차례만 돌봐주면 되고, 실패할 확률도 가장 적다.

-내가 키우는 나무의 실거래가를 수시로 파악해라.
일반적으로 조경수 가격은 조달청에서 공시한다. 이 가격 외에 시장에서 실제로 거래되는 실거래가를 파악해 두면 내 나무를 어느 정도 가격에 팔 수 있는지 감을 잡을 수 있다. 나무 종류별 실거래가는 트리디비 사이트에서 수시로 조사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나무 판매를 위해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짜라.
무작정 기다린다고 좋은 구매자가 나타나진 않는다. 눈에 잘 띄는 현수막은 사람들이 농장을 쉽게 찾도록 돕는 안내판 역할을 한다. 미리 연락처와 농장 위치를 표기한 명함을 만들어 홍보에 활용하라. 카탈로그를 제작해 조경회사 납품업체에 돌리고, 사진을 잘 찍어 온라인에 매물로 등록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나무 이동 시기는 겨울이 좋다.
여름에 나무를 뽑아 옮길 경우, 바람이나 빛 때문에 수분이 증발해 나무가 죽기 쉽다. 나무도 겨울잠을 잔다. 생장이 멈춰 있는 겨울철에 옮기는 편이 가장 안전하다.

-사기꾼은 늘 주변에 있다. 당하기 전에 미리 정보를 챙겨라.
나무 유통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트리디비 사이트에도 따로 사기 사
례를 올리는 게시판이 있으니 수시로 확인하며 경계심을 풀지 말아야 한다.

◆ 박세범 트리디비 이사는
경희대 조경학과를 졸업했다. 2001년에 국내 최초의 조경수 직거래 유통 사이트 트리디비를 창설해 10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 현재 트리디비의 이사로 웹사이트 관리를 총괄한다. 주식회사 헤니 이사, (사)한국조경사회 이사, 공간작가협회 실무위원장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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